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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비한 短想

'아버지는 잊어버린다' - W.리빙스턴 라니드

아이가 있고부터, 책을 읽거나, 신문읽다가 아이들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주의깊게 읽어보곤한다. 물론 읽을때마다 반성을 하지만, 너무나 모자란 아빠이기에 금방 잊어버리고,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고있는 날 볼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언젠가 동창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다시 보게되 옮겨봤다.

사랑한다 아들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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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내 말을 들어보렴. 나는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네 조그만 손은 가만히 뺨에 대어 있고 금발의 곱슬머리는 축축한 이마에 붙어

젖어 있구나. 나는 혼자서 네 방에 몰래 들어왔단다. 몇 분전에 서재에서

서류를 읽고 있는데, 후회의 거센 물결이 나를 덮쳐와, 죄를 지은 듯한

심정으로 네 잠자리를 찾아왔단다.

여기 네가 생각해왔던 일들이 있다.

아들아, 나는 그동안 너한테 너무 까다롭게 대해 왔구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너에게 세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꾸짖곤 했었지.

그리고 신발을 깨끗이 닦지 않는다고 호통을 쳤고,

물건을 함부로 마룻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화를 내기도 했었지.

아침 식사 때도 나는 역시 네 잘못을 들춰냈다. 음식을 흘리고 잘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켜버린다거나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 놓거나,

빵에 버터를 너무 두텁게 발라 먹는다고........

그리고 너는 학교로, 나는 출근하기 위해 서로 헤어질 때 너는 뒤돌아

손을 흔들며 말했지. “잘 다녀오세요, 아빠!”

그때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지. “어깨를 펴고 걸어라!”

그러구 나서 늦은 오후가 되면 또 모든 게 반복됐지

퇴근해서 돌아올때면, 무릎을 꿇고 구슬치기를 하는 네가 눈에 뛴단다.

네 긴 양말에는 구멍이 나 있지.

나는 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창피를 주고는 너를 앞세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긴 양말은 너무 비싸단다. 네사 그걸 사야 할 때가 오면, 신중하게 생각하렴!

상상해 보아라. 아들아, 아버지로서 말이야.

얘야, 너는 기억하고 있니? 언젠가 내가 서재에서 서류를 읽고 있을 때

너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머뭇머뭇 들어 왔잖니?

나는 일이 중단된 것이 짜증이 나서 서류에서 눈을 뗀 채

"무슨 일이냐?”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지.

너는 그때 아무 말도 못하고 갑작스레 달려와서 팔로 내 목을 꼭 끌어안고

뽀뽀를 했다. 너의 조그만 팔은 하나님이 네 마음속에 꽃 피운 사랑을

가득 담고 있었지. 그것은 어떤 냉담함에도 시들 수 없는 애정이었단다.

그 다음에 너는 계단을 쿵쾅거리며 네 방으로 뛰어 올라갔지.

그런데 아들아. 바로 그 직후에 말할 수 없는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만 손에 쥐었던 서류를 떨어뜨렸단다.

내가 왜 이런 나쁜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만을 찾아내서 꾸짖는 버릇을

- 그것은 너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다가 생긴 버릇 이란다 -

그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린 너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바람에 생긴 잘못이란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을 기준으로 너를 재고 있었던 거란다.

그러나 너는 너무나 착하고, 훌륭하고, 진솔한 성격을 갖고 있단다.

너의 조그만 마음은 넓은 언덕 위를 비추는 새벽빛처럼 한 없이 넓단다.

그것은 꾸밈없는 마음으로 내게 달려와 저녁 키스를 하던 네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늘밤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얘야,

나는 어두운 네 침실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단다.

그리고 이것은 작은 속죄에 불과하단다.

내일부터 나는 너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구나.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네가 힘들어 할 때 도와주며, 네가 웃을 때

나도 웃겠다.

'너를 꾸짖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혀를 깨물겠다’고 나는 내 자신과

약속하겠다. 그리고 항상 잊지 않겠다.

‘우리 애는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동안 너를 어른처럼 대해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단다.

지금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니 네가 아직 어린애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어제 너는 엄마 품에 안겨서 머리를 어깨에 기대고 있었지.

내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해 왔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용서해 다오 아들아.